먼저 부족한 은혜의동산기독교학교 고등과정에 자녀를 보내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들 속에서 ‘공교육’이라는, 국가주도적 교육의 틀을 벗어난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와 모험을 요구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이 바로 그러한 용기를 갖고 모험을 하시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고등을 시작하면서 팀장으로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입시, 한국에 있는 학생들이라면 이 입시라는 구조를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쟁’은 때론 ‘선한 경쟁’이라는 어폐로 우리 가운데 존재합니다. 단연코 말하지만 ‘선한 경쟁’은 ‘뜨거운 아이스크림’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학교들은 어떨까요? 현재 10~15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기독교학교들은 졸업생들을 배출하는 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미 배출한 학교들도 많습니다. 졸업생들의 대학 목록. 이것이 기독교학교의 자랑일까요? 과연 이것이 그리스도인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이 가져야 할 유일한 자랑입니까? 이것은 상당히 불편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그렇지 못합니다. 많은 학교가 소위 ‘좋은 학생’을 입학시키려 합니다. ‘좋은 학생’은 ‘문제 잘 푸는 학생’입니다. 그래서 ‘문제를 더욱 잘 푸는 학생’을 배출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대학목록이 되어 학교에 붙습니다. 슬픕니다. 진정 마음이 저려옵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그렇다고 해서 ‘입시’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입시’는 우리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입니다. 하지만 그 관문으로 가는 길이, 시대의 조류와 조금만 다르고 조금만 어렵고 힘들다면 더욱 선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오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은 고등과정의 입학설명회를 통해 오신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입학설명회가 기억나십니까? 은동교는 “대학을 보내지 않습니다. 대학은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는 것입니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기억하십니까? 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때 말하지 않은 한 가지를 더 말하려 합니다. 그 당시 말하지 않은 이유는 진정 함께 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을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떤 공동체든지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찾으신 여러분, 대학을 포함한 자신의 진로를 능동적으로 찾아 ‘가는’ 학생들을 위해 우리 학교가 존재합니다. 하나님의 그 선하시고 풍성하신 뜻을 찾아 ‘가는’ 학생들을 위해 우리 학교와 학부모님들이 존재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런 학생들을 보냅니다. 이것이 ‘좋은 학생’입니다. 이것이 ‘교육’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능동적인 ‘떠남’과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와 학부모님들의 ‘보냄’. 보내지 않는다고 하더니 보낸다고 하는 이 역설. 이것을 이해하셨다면 학부모님들의 수준이 높은 것이며 저 또한 말을 잘한 것입니다. 이 구조를 통해 은동교의 모든 교육과정은 진행됩니다.

은동교의 ‘좋은 학생’은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이 아닙니다. 진정 ‘하나님을 알아가려 노력하는 학생’입니다. 은동교의 ‘좋은 학생’은 대학만 ‘목적’으로 두는 학생이 아닙니다. 진정 그 너머의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을 보는 학생입니다. 은동교의 ‘좋은 학생’은 일괄적인 교과서만을 달달 외우는 학생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지성을 통해 성경의 틀 안에서 학문을 자유롭게 비판하는 학생입니다. 은동교의 ‘좋은 학생’은 자신의 꿈만을 생각하는 학생이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와 구조를 바라보고 아파하며 고민하고 뛰어드는 학생입니다. 은동교의 ‘좋은 학생’은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학생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죄인’임을 알며, 타락한 세상을 바라보며 직접적인 ‘죄책감’을 느끼는 학생입니다.

후로 진행되는 교육과정과 진로설명을 통해 이러한 귀한 교육과 학생들을 꿈꾸시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훗날 지금 이 자리를 회상하며 “그 때 우리 정말 좋았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니요. 훗날에도 회상이 없길 바랍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갈망을 끝까지, 진정으로 추구하길 두려워하지 맙시다. 감사합니다. -고등팀장 김병재-